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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8:38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무위(無爲)’ 리더들이 나설 때
‘무위(無爲)’ 리더들이 나설 때
  • 이기동 발행인
  • 승인 2016.10.04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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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앞에서 이끄는 리더(지도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언제쯤이나 궁성거림 없이 두 다리 쭉 뻗고 편안히 잠 잘 수 있는 날이 올까. 선조들은 흔히 민심의 흐름, 그 사나움의 정도를 지도자와 연결지어 생각했다. 특히 밑에서 위에 대해 원망이 많고 화(禍)가 끊이질 않으면 하늘의 뜻에 맞지 않는 지도자의 부덕(不德)의 소치로 봤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을 보면 4대 지도자 유형(호감 2, 비호감 2)이 나온다. 먼저 최고의 리더는 사람들이 그가 있는지 조차 모를 만큼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太上不知有之)’다. 좋은 지도자는 오히려 “말을 삼가고 아낀다”고 했으며, 지도자가 (소리없이) 할 일을 다해 만사가 잘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지도자가 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했다.      
‘무위자연(無爲自然)’처럼,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자기 할 일 다하는 ‘무위(無爲)’의 리더를 최고의 지도자로 꼽은 것이다. 그 다음이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親而譽之-친이예지)”다. ‘비호감’ 리더도 둘로 쪼갰는데, 첫번째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름으로써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畏之-외지)”를 언급했다. 이른바 제왕적, 독재형 리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자는 이런 비민주적인 포악한 리더 보다도 “조롱과 업신여김을 받는(侮之-모지)”, 말하자면 뭇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지도자를 더 나쁜 최악의 리더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지도자에게 신의가 모자라면(信不足焉-신불족언) 사람들의 불신이 따르게 된다(有不信焉-유불신언)”는 따끔한 일침을 잊지 않았다.
고금(古今)을 떠나 노자의 통찰력은 대단한 것 같다. 그는 ‘도덕경’에서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리더 스타일인 ‘무위의 리더십’을 설명하는 데 비중을 뒀다. 노자는 “하늘과 땅이 영원한 까닭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기 때문이며, 그렇기에 참된 삶을 사는 것”이라며 “하늘과 땅처럼 (리더가) 자기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사리사욕을) 버릴 때만이 진정으로 앞서게 되고 자기를 보존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옛날부터 ‘최고지도자’에 비유돼온 하늘의 태양 하면 그야말로 ‘사랑과 헌신’의 상징이다. 사사로움, 이기심 같은 것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의 몸을 완전히 태워 생명의 빛을 아낌없이 나눠 주면서도 스스로 자랑하거나 우쭐대지도 않는다. 오히려 할 일을 다하고 장렬한 최후를 맞이할 때에도 자체 융합한 원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우주 만방에 내던짐으로써 천지에 온갖 생명들을 잉태하고 자라나게 하는 등 이로움만 준다. 아무런 이유도 조건도 없이 오직 빛을 주기만 하는 태양, 별이야말로 이기심과 독단, 그에 따른 차별이나 갈등과는 전혀 무관한 ‘무위자연’ ‘무위’ 리더십의 본보기라고 할 만 하다.
그래서 노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스스로를 드러내려는 사람은 (태양, 별처럼) 밝게 빛날 수 없고, 스스로 옳다고 고집 부리는 사람은 돋보일 수 없으며,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스스로 뽐내는 사람은 오래갈 수 없다”고. 따라서 “만인의 위에 있거나 앞에 서고자 한다면 스스로 말을 낮추고 몸을 뒤에 둬야 한다”고 훈계한다.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上善若水)”이라고 일갈한 것도 마찬가지다. 노자는 “물은 온갖 것을 위해 이로움만 줄 뿐 그것들과 겨루는 일이 없고(水善利萬物而不爭)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 곳을 향해 흐를 뿐(處衆人之所惡)”이라며 “물은 도에 가장 가까운 것(故幾於道)”이라고 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물은 겸손, 배려, 조화, 평화, 상생 등의 깊고 넓은 마음과 지혜를 구족한, 전적으로 이타적인 존재다. 리더가 그런 물의 덕(德)을 구비하면 세상이 감히 그와 다투거나 다툴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무릇 물은 높은 산 정상에서부터 흘러 계곡과 하천을 지나 바다에 이르게 된다. 모든 물들이 바다로 몰려 드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물을 포용하는 큰 바다처럼 리더 역시 먼저 마음을 활짝 열어 진심으로 소통하며 스스로를 한없이 낮춰야 한다. 그럼으로써 세상의 낮은 곳으로 흐르게 되어 많은 사람들의 인심을 얻게 된다면 저절로 신뢰와 존경을 받는 ‘큰 그릇’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나’ 중심의 생각(Ego), 욕심을 줄이는 것(少私寡欲)이 관건이다. 노자가 “배움(지식)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 가는 길이지만, 도(道)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 가는 길”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없애고 또 없애 억지로 함이 없는(無爲) 경지에 이르면 되지 않는 일이 없다.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억지로 일을 도모하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아직도 억지 일을 꾸미고 있다면 세상을 다스리기엔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치 붓다의 ‘무아(無我)’론을 떠올리게 하는 ‘나’를 철저히 비우고 없애야만 만사가 형통, 하는 일이 술술 잘 풀리게 된다는 말이 역설같지만 공감이 간다. 온갖 권모술수와 사리사욕으로 가득찬 마음(생각)을 확 비움으로써 지나친 말과 행동을 절제하는 ‘무위’의 리더들이 앞장 서서 이 시끄러운 세상을 좀 편안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 이기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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