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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5 19:18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아내를 위한 선물 ‘지그프리트 목가’
아내를 위한 선물 ‘지그프리트 목가’
  • 이석렬
  • 승인 2017.04.03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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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가 리스트의 딸 코지마와 결혼한 것은 늦은 나이인 53살 때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 바그너의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 아들의 이름은 지그프리트였다. 늦은 나이에 아들을 얻은 바그너는 몹시 기뻐했는데, 당시 아들 탄생에 대한 기쁨과 사랑을 표현한 곡이 <지그프리트 목가>다. 바그너의 이 음악은 흔히 ‘계단의 음악’이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불리게 된 데에는 인상적인 사연이 있다.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루체른에는 바그너 기념관이 있다. 이 기념관은 실제로 바그너 부부가 살았던 곳이다. 이 집 안에는 나선형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에서 바그너와 15명의 연주자들이 코지마를 위해 연주했던 곡이 <지그프리트 목가>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음악에 ‘계단의 음악’이란 별칭이 붙게 되었다.

1870년 12월 25일 아침, 아내 코지마는 계단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소리에 눈을 떴다. 일설에 의하면 연주가 시작된 시각은 아침 7시30분이었다고 한다. 잠에서 일어나 방문을 연 그녀의 눈에는 계단의 맨 위에 서 있는 바그너가 보였고 그 밑으로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있었다. 자신에게 사랑스런 목가가 울려 퍼진 이날 아침 코지마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기뻐했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아들 지그프리트를 얻은 바그너는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이 곡은 바그너가 남긴 관현악곡들 가운데 상당히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곡이다. 가정의 행복감이 반영된 곡이라고도 볼 수 있는 명곡이다.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배경을 이루고 아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또한 오페라 작곡가답게 바그너 오페라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선율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오늘날 이 멋진 음악은 <지그프리트 목가>로 불리지만, 원래는 <트립셴 목가>로 불렸다. 트립셴은 스위스 루체른에 속해 있는 한 지역인데, 바그너와 코지마는 그곳 호숫가에 있는 저택에서 1866년 3월에서 1872년 4월까지 살았다. 현재 이 저택은 바그너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그너의 아내 코지마는 원래 지휘자 한스 폰 뷜로우의 아내였다. 그리고 그 유명한 프란츠 리스트의 딸이었다. 아버지 리스트는 딸과 바그너의 동거 소식을 듣고 몹시 화가 났으나 두 사람의 사랑을 말리지는 못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바그너와 코지마의 결합은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들 지그프리트가 태어나기 전에 바그너와 코지마는 이미 트립셴에서 동거하며 두 명의 딸을 두고 있었지만 합법적인 부부로는 인정받지 못한 상태였다. 법적으로 코지마는 아직 지휘자 한스 폰 뷜로의 아내였던 것이다. 두 사람의 결합은 사회적으로 축복받지 못한 상황에서 시작되었으나 사랑의 행군은 계속되었다. 결국 두 사람은 법적으로도 부부가 되었으며 아들 지그프리트까지 얻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갔다.

<지그프리트 목가>를 연주한 15인의 연주자는 지휘자 한스 리히터와 취리히의 오케스트라에서 선발된 열다섯 명의 연주자들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바그너의 지시에 따라 부엌에서 악기들을 조율한 후에 보면대가 놓인 계단에 조용히 늘어섰다. 저택의 안주인이 일어날 즈음인 7시30분이 되자 <지그프리트 목가>를 연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택의 아침 분위기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감싸였다. 음악이 울려 퍼지자 남편은 아내에게 한 다발의 악보를 건넸다고 한다. 그제야 모든 상황을 알아차린 아내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 모든 것이 바그너가 아내 코지마를 위해서 준비했던 ‘깜짝 선물’이었던 것이다.

※이 글은 <Arts&Culture> 4월호와 인터넷(www.artsnculture.com)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글 | 이석렬
2015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심사위원
2015 이데일리 문화대상 심사위원
https://www.facebook.com/sungnyul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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