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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희망의 몸짓에 휘날리는 갈기
희망의 몸짓에 휘날리는 갈기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17.04.0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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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Fine Art] 서양화가 장동문

지난 밤 청록의 물살이 거세게 출렁였나 보다. 비릿한 물 내음이 여명의 안개와 섞여 소리도 없이 후각을 파고들었다. 여전히 달빛 여운이 흐릿하게 깔려 있는 광야(曠野). 해풍이 뭍으로 스며들자 킁킁거리며 코를 벌름거리던 말(馬)들의 희끗한 갈기가 희뿌연 안개 속에 휘날리자 환상적인 군무가 펼쳐지듯 미묘한 풍경이 순간 각인됐다. 아주 잠시 동안이었다. 소록소록 빗줄기 지나가다 메마른 대지에 생명수를 선물하듯 조금씩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비 그친 뒤의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깨끗하고 사물을 원형의 아름다움으로 더욱 부각시켰다. 부드럽고 유려한 등과 허리와 가슴의 탄력적인 근육은 곡선미를 더해 율동적으로 비쳐졌다. 천천히 한 걸음씩 옮기다 온 몸을 흔들며 물기를 털어낼 때 바람에 날리는 벚꽃 잎처럼 물방울들이 허공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것이었다. 

새잎이 돋아나는 아름드리 나무아래서 움트는 대지를 바라다본다. 꽃봉오리와 연둣빛 잎사귀에 내려앉는 영롱한 아침이슬의 차갑고 해맑은 따스함이 잠깐의 탄성만으로는 숨길 수 없는 매혹의 빛깔로 반짝였다. 어찌 그 찬란한 광영을 못 본채 지나칠 것인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선율이 묵시의 눈빛에 세월의 흐름을 담고 무심히 엄중한 듯 흐르는데…. 

후~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소리가 가늘게 들렸다. 눈물겨웠었나,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여유로운 산보, 서로를 바라보는 격려의 몸짓으로 자상하게 등을 토닥이는데 생의 깊은 회한을 되돌아보는 우수에 젖은 눈빛이 그윽했다. 그런 마음에 스며드는 황혼의 시간 속으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자그마한 생명들이 가벼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이 느껴왔다. 멜로디는 다감하고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강물처럼 흘러간다. 잠자던 가지에 생령을 불어넣는 저 뜨거운 관조의 노래이어라!  

자아를 북돋우는 꿈

소통, 조화, 들숨과 날숨이 뿜어내는 입김, 산뜻하고 선명하게 들려오는 박자의 절묘함과 서로를 읽어내는 믿음의 희생의, 스스로 낮춰 더욱 아름다워지는 결집미학이다. 그들의 숨결은 바로 내 앞에서 느껴오듯 실제성의 생동감 넘치는 동적 감흥을 전달한다. 가로 2m90㎝의 대작(大作), 박진감 넘치는 생의 열망 속으로 달려가는 무리 속에서 풋풋했던 순수 시절에 내딛던 설렘의 첫걸음이 떠올라 두 손을 움켜잡으며 나도 다시 한 번 달리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해빙기(解氷期)에 고개를 내민 돌부리들을 땅위로 끌어올려 뒹굴게 하는 멋을 부여하고 바람 속 회오리를 잠재우는 묘약이라고 누군가 나직하게 말했다. ‘무엇?’이라고 되묻는 순간, 말발굽 아래 잔돌들이 구르는 소리를 내는 듯 리얼한 마티에르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흔적의 스크래치(scratch)가 눈에 들어왔다. 청회색 단색 조화면 너머 자유의 몸짓으로 질주하는 가슴 두근거리는 어떤 희열의 맥박을 생생하게 더욱 고조시키는 배후를 목격한 것이다. 

완전함의 형상이란 이런 것인가. 뜨거운 입김을 대기에 흩날리는 일체의 마음 찬탄의 행진을 누가 멈출 수 있는가. 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미래의 빛나는 영상의 주인공으로 스스로 성숙시켜 나아가는 저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기투(Entwurf)여. 오오~ 자아를 북돋우는 소망, 시간을 뛰어 넘는 영혼을 가지고 싶다 했던가. 희망의 꽃이 되기를!

△권동철 전문위원/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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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장동문

"삶의 파편 진솔하게 녹아들었다면 괜찮은 것"

수줍은 마음처럼 햇살이 부드러웠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을 지나 남종면 남한강에 다다랐을 땐 이른 봄, 오후의 강물이 잔바람 연분홍 치마처럼 곁 눈짓 하듯 살랑거렸다. 반짝이는 물빛이 시샘이 난 걸까. 강변 자그마한 논둑길엔 새순으로 돋아나는 들풀과 물가의 여린 가지엔 연록의 새싹기운이 완연했다. 물새 한 마리가 물위를 성큼성큼 다리를 길게 쭉 뻗은 채 걸어가듯, 후드득 날개 짓으로 떠올랐다. 

서울 송파구 개롱역 인근에 작업실이 있는 장동문 화백은 작업에 지친 피로를 풀고 영감을 얻는 장소로 이곳을 종종 산책한다. “30여 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라 사계절을 찾아와 흐르는 강물과 화폭의 말(馬)을 불러와 강변을 함께 걷기도 하고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기도 하고 강물로 흘러드는 야트막한 냇가에 앉아 한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 만큼 늘 자그마한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며 에스키스(esquisse)한다”고 했다.  

말과 함께 30여 년…‘말 그리는 작가’

1980년대 중반부터 말을 그리기 시작했으니 30여 년을 말과 함께 달려왔다. ‘말 그리는 작가’ ‘말 화가’로 불리는 것이 이젠 자연스러운 데 말이 그의 예술세계에 올곧게 녹아 든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년시절 부모님과 추수감사절 행사를 하는 미군부대를 갔었다. 기마병이 말을 타고 나타났는데 그 멋스러운 풍경도 좋았지만 어린 눈에 황홀하고 신비스러운 말이 첫 눈에 가슴을 콩닥거리게 할 만큼 신선한 충격으로 밀려왔다. 화가의 길에 들어서면서 어린 시절 그 우아한 말의 자태가 나를 캔버스로 이끌었다.” 

그동안 ‘역동’ ‘회상’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화백은 “최근엔 기하학적인 기호와 말의 생동감을 풀어가는 표의적인 작업의 현대적 회화방법으로 말의 느낌을 풀어나가려 고뇌 한다”고 전했다. 

장동문(Zhang Dong Moon)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원 회화과에서 석사학위를 땄다. 마사회 갤러리, 갤러리 라메르, 인사아트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33회 가졌다. 2012년 대한민국미술대전심사위원장을 역임했고 한남대학교 사범대학미술교육과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성남아트센터, 성남시청, 하나은행 본점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그림이라고 하는 것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그림 속엔 화가의 정신성이 녹아 있고 살아가는 과정의 모습이 반영되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이 반드시 아름다움만 있는 것은 아니듯 작품은 나의 지나온 발자취가 스며 있는 연장선이기도 한데 그런 파편들이 진솔하게 녹아들었다면 괜찮은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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