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손민지 기자] 재계 회장들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쪽방촌의 극빈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 20년 넘게 남몰래 후원을 이어왔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부상을 입은 스노보드 유망주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했다.

먼저 이재용 회장의 선행은 본인의 당부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가 이번에 신간 출간으로 공개됐다. ‘쪽방촌의 성자’로 불린 선우경식(1945~2008) 요셉의원 설립자의 전기 ‘의사 선우경식(위즈덤하우스)’에 ‘쪽방촌 실상에 눈물을 삼킨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라는 글이 실린 것이다.

1987년 문을 연 요셉의원은 순수 민간 후원으로 운영되는 노숙인 자선의료기관이다. 삼성전자 경영기획실에서 경영 수업을 받던 이재용 회장(당시 상무)은 2003년 선우 원장이 13회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요셉의원을 방문하고 싶다고 연락했다. 선우 원장은 자신의 책에 이 회장과 쪽방촌 단골 환자의 가정에 함께 가본 일화를 적었다.

이 회장은 술에 취해 잠든 남자와 얼마 전 맹장 수술을 받은 아주머니, 아이 둘이 있는 방 안을 살펴본 후 신음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으며, 작은자매관상선교수녀회가 운영하는 ‘영등포 공부방’을 둘러보고는 “이렇게 사는 분들을 처음 본 터라 충격이 커서 머릿속이 하얗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책은 전했다.

특히 이 회장은 “사비로 준비했으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된다”며 선우원장에게 10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이후 다달이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했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유망주 최가온 선수의 치료비 전액 7000만원을 남몰래 후원해 주목받고 있다.

최 선수는 지난해 12월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 마운틴에서 열린 2023~2024 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하던 중 허리 부상으로 현지 병원 수술대에 올랐다. 부상 때문에 같은 달 열린 청소년 올림픽에도 나가지 못했다.

이런 최 선수를 위해 신 회장은 대한스키협회 회장사인 롯데의 수장으로서 어린 선수가 부상을 털고 재기하도록 통 큰 지원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결식아동’ ‘의인’도 챙기는 재계 총수들

우리 사회의 이웃에 관심을 갖고 나눔을 펼치는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이 회장, 신 회장과 달리 남몰래 선행은 아니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재벌 총수로는 드물게 오래 전부터 결식 아동을 챙겨왔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6년 결식 아동 돕기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일종의 사회공헌 연합체인 행복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행복얼라이언스의 결식아동 돕기 캠페인에는 매년 이에 공감하는 기업 혹은 단체가 늘어나 회원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현재는 118개 기업과 86개 지방정부, 42여만명의 일반 시민이 함께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행복얼라이언스를 통해 수혜를 입은 결식 아동은 5400여명, 제공된 도시락은 110여만개로 집계된다.

최 회장은 행복얼라이언스의 한 행사에 참석해 “많은 사회 문제 중에서도 아이들이 영양 불균형에 놓여있는 것을 먼저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기업과 사회가 힘을 합쳐 하나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사례를 만들고 이를 통해 다른 사회문제들도 풀 수 있을 실마리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경우 ‘LG 의인상 시상’을 통해 그룹과 관계없는 일반인에게 상을 주며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다른 사람 생명을 구한 이에게 소정의 상금과 상패를 주는 의인상 제도는 2015년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지시로 LG복지재단이 만들었다. 구 회장은 2018년 현재의 자리에 오른 후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이웃을 돕는 이들에게 제대로 사례하기 위해 의인상 항목에 장기선행을 추가하자고 제안했고, 이듬해 1월부터 장기선행 수상자가 배출되고 있다.